서비스기획

팀장님 보고를 하려면 필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more_biscuit 2026. 9. 19. 11:36

팀장을 맡게된지 이제 3개월. 

사실 팀장인지 잘 모르겠다. 

업무가 바빠서 팀장일을 하기보다 현재 프로젝트의 PM 일에 더 집중이 되어있다.

팀장, 기획자, PM 의 롤을 한번에 진행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업무 정리가 안되었다. 

과감히 PM에 집중한다고 선포하고 진행중. 

 

최근 팀장에 대한 또는 PM 책임과 위계구조(?)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팀원들이 보고를 안한다. 

지시사항에 대해 피드백이 없거나 기한이 오면 바빠서 못한다. 보고는 더욱 못하니 문서로 확인하면 안되냐. 라는 

내입장에서는 굉장히 위계없이 4가지 없게느껴지는 답변이 3~4개가 한번에 몰려왔다. 

 

기분은 나빴으나 왜 저들은 나에게 보고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까?

1. 배우지 못해서. 일하는 법만 배우고 상사와 일하는 법은 아직 모른다. 초년생이나 너무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징

2. 일이 정말 바빠서. 일도 바빠죽겠는데 왜 자꾸 중간에 뭘 확인하려드나. 그 시간 동안 해야될 일이 쌓였다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유들이나, 돌아보면 나는 저 와중에도 열심히 팀장님께 중간보고, 리스크를 말씀드렸고, 팀장님도 계속 보고 지시를 내렸었다. 1,2, 번에 해당하면서도 나는 왜 팀장님께 열심히 보고했었을까?

 

그것은 팀장님이 대표에게 올리는 보고가 즉 우리팀의 성과와 경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의 업무이고, 이 팀의 성과를 보이고 인정받는 것은 팀장의 업무이자 책임이기에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그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주고 협력하여 궁극적으로 내 업무/프로젝트도 인정받고 경과에 대해 의심받지 않기 위해 그러면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받아 완료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팀장이란 대표에게는 중간이상의 스케일 업무를 믿고 맡기며 관리하는 사람이자 모니터링 수단, 팀원들에게는 작은 업무들이 잘 돌아가게끔 해주거나 성과로 인정받게하는 책임자인 것이다. 

 

근데 지금은? 내가 성과를 인정받고 중간 경과에 대한 조율을 할 수 잇는 입장인가? 

사실 대표를 위한 팀장은 맞지만, 팀원을 위한 팀장 역할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내가 안한다기보다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어떻게든 해야하는 프로젝트 일정은 너무 타이트하고, 그어떤 타협점도 조율도 없는 상태. 그리고 기획마저 다른 기획자 전담으로 돌렷다. 업무를 잘하던 못하던 자기 자신의 업무만을 잘 쳐내면 될 것이고 팀이라는 조직에 기댈것도 소속될 이유도 없다. 

기한도 정해진 마당에 PM과 협의할 일이 있나? 뭘 빼고 단순화할지 자기들끼리 말하고 정한다. 이걸 막을 방법이 있나? 

 

결국 내가 고민하는 것은 팀원들이 왜 나에게 보고하지 않는가가 아니게 되었다.

팀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팀이란 각자가 자신의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집단이 아니라, 각자의 업무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팀장은 그 연결을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팀원의 업무를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업무 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충돌을 해결하고, 필요한 의사결정을 끌어내며, 최종적으로 그 결과를 팀의 성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요구받지만,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한 일정과 범위를 조정하거나 팀원들의 업무 방향을 결정할 권한은 충분하지 않다. 기한은 이미 정해져 있고, 범위를 줄이는 판단은 각자가 하고 있으며, 기획 업무 역시 별도의 담당자에게 넘어갔다. 그렇다면 팀원 입장에서는 나에게 보고하고 협의해야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발생하는 '보고하지 않는 문제'를 팀원들의 태도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과거에 팀장에게 열심히 보고했던 것은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속한 팀의 결과가 나의 결과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팀장이 나의 업무를 대표에게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얻어주며, 내가 만든 결과가 제대로 인정받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팀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나는 팀장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구조가 주어졌는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팀장의 역할은 '팀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에 더 가깝다. 그리고 팀장이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조율할 권한 역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확인해야 할 것은 팀원들에게 어떻게 보고를 받게 할 것인가가 아니다.

내가 팀장으로서 무엇을 책임지고,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권한과 책임이 실제로 일치하고 있는가.

어쩌면 팀장이 필요한 조직과 필요하지 않은 조직의 차이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각자가 자신의 일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면 충분한 조직이라면 팀장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업무가 하나의 결과로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범위와 의사결정을 조율해야 한다면 그때 팀이 필요하고, 그 연결을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팀원들에게 '팀장에게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가 책임져야 할 팀의 결과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정해졌는데도 보고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비로소 팀원의 업무 방식에 대한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이것을 어떻게 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냐를 생각할 차례다.